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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가 도루묵을 맛없다 한 까닭은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5-11-25 조회수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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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가 도루묵을 맛없다 한 까닭은 boardView22
도루묵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의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난이 끝난 후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맛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고, “도로 묵이라 부르라” 했다. 그래서 ‘도루-묵’이 된 것이라는 말이 전한다.
 

 

 

도루묵은 찌개도 맛나지만 구이가 별미이다. 머리와 꼬리를 바싹 태울 정도로 굽는 게 요령이다.

 

 

선조가 도루묵을 맛없다 한 까닭은

 

도루묵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의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난이 끝난 후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맛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고, “도로 묵이라 부르라” 했다. 그래서 ‘도루-묵’이 된 것이라는 말이 전한다.

 

이 이야기는 사실일 리가 없다. 일단, 선조는 동해 쪽으로 피난을 간 적이 없으니 동해의 생선인 도루묵을 먹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 맛있던 생선이었는데 맛없어졌다는 대목은 맛칼럼니스트인 나로서는 흥미를 끈다. 피난 다니던 왕이니 마땅히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다 도루묵을 먹고 맛있다 여겼는데 궁궐에 돌아와 진수성찬을 받다 보니 도루묵이 맛없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하고 설명하면, 그 흥미는 반감된다. 도루묵이 맛있는 철이 따로 있는데 그 맛있는 철을 모르고 임금이 뜬금없이 도루묵 달라 하여 생긴 일이다 하고 설명하면, 도루묵의 제철을 알리는 이야기로 활용할 수 있다. 

 

도루묵도 냉수성 어종이다. 여름에는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을 하다가 겨울철 산란기에 이르면 연안으로 몰려들고, 이때에 그물로 잡는다. 산란을 시작한 놈들은 연안에 바짝 붙어 통발이나 뜰채로도 잡을 수 있다. 가을이면 알을 배기 전의 상태에서도 도루묵은 잡힌다. 이때의 도루묵은 맛이 덜하다. 심심함을 넘어 맹탕에 가깝다. 알을 품었다 하면 맛이 달라진다. 살도 탄탄해지면서 맛있어지지만, 특히 몸에 꽉 차는 알이 결정적으로 도루묵 맛을 높인다. 알은 미끌하고 끈적한 점액에 싸여 있다. 일본 나또의 촉감과 비슷하다. 알이 제법 커 입안에서 오도독 씹히면서 은근한 감칠맛을 낸다. 굽든지 끓이든지 간에 조리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너무 익히면 알이 질겨진다. 도루묵이 산란을 한 이후에는, 또 다시 맛없어진다. 그러니, 선조는 도루묵이 맛있는 때를 몰랐던 것이라 설명하면 저 허구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한때 한국인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지만, 선조처럼 맛없는 도루묵을 먹어야 했다. 알을 밴, 그것도 딱 알맞게 알을 채운 도루묵은 죄다 일본으로 수출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알 밴 도루묵을 아무리 찾아도 아예 없을 때도 있었다. 국내 시세보다 비싸게 주고 사가겠다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요즘은, 알 밴 도루묵이 흔하다. 국내 가격이 좋거나, 일본이 제3국으로 수입처를 바꾸었거나, 일본에서도 많이 잡혀 그럴 것이다. 

알 맛이 특이한 생선이기는 하나 산란기 때는 살 맛도 깊다. 알이 없고 몸이 작은 수컷은 암컷보다 맛이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탕을 끓였을 때는 알이 없다는 섭섭함 빼고는 맛 차이가 아주 크게 나는 것은 아니다. 도루묵찌개의 시원함은, 겨울철 주당에게 더없이 좋은 안주이며 해장국이 될 수 있다.

 

도루묵찌개는 다들 싱싱한 것으로 끓이는데,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도루묵이 한창 잡힐 때면 이를 장독에 소금과 함께 차곡차곡 넣어 염장을 하였다. 날씨가 추울 때이니 젓갈로 발효되지는 않는다. 한겨울 눈이 팔팔 날릴 때 소금에 절인 이 도루묵을 꺼내어 하룻밤 물에 담가 짠맛을 빼고는 김장김치 더하여 찌개를 끓였다. 이 전통의 도루묵찌개를 말만 듣고 맛본 적이 없다. 사라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조는 피난길에 이런 도루묵찌개를 먹었다 하고 설명하여도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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