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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흔해졌다고 그 맛까지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5-03-24 조회수7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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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흔해졌다고 그 맛까지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boardView22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전복에 대해 “살고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고 했다. 전복이 바닷물 없이도 오래 살기는 하지만 살려서 운송 보관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죽으면 금방 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선만 하더라도 바닷가가 아니면 전복은 말린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전복
흔해졌다고 그 맛까지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전복에 대해 “살고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고 했다. 전복이 바닷물 없이도 오래 살기는 하지만 살려서 운송 보관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죽으면 금방 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선만 하더라도 바닷가가 아니면 전복은 말린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정약전은 흑산에 유배되기 전에는 건전복을 먹었을 것이고 흑산에서 비로소 생전복 맛을 봤을 것이다. 그래서 정약전이 건전복이 맛있다고 한 까닭을 나는 “그의 입에 익숙하니까” 하고 대충 넘겼었다. 건전복의 요리를 내가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방송 녹화를 위한 자리였다. 여러 전복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어느 호텔 중식당의 건전복 요리도 있었다. 건전복에 각종 재료의 육수를 더하여 뭉긋한 불에서 온종일 졸인 음식이었다. 보들매끌한 전복의 살이 혀끝을 희롱하고 이어 감칠맛이 입안에서 터졌다. 패각류의 살이 숙성되면서 내는 향이 극도로 농축되어 있었다. 한국인 모두에게 익숙한 맛으로 표현을 하면, 골뱅이 통조림을 깠을 때의 그 냄새와 비슷하였다. 순간적으로 이건 예사의 요리가 아니다 싶어 촬영 스텝을 불렀다. “이거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봐요.” 스텝이 돌아와 조용히 내게 일렀다. “27만원이래요.” 접시에는 전복이 달랑 하나였다. “이 전복 하나가? 27만원짜리 코스에 이게 나온다는 것이 아니고?” “네, 그거 하나가 27만원.” 정약전이 이렇게 요리하여 먹지는 않았을 것이나 정약전의 말이 맞다고 나는 생각하였다. 건전복은 풍미가 확실히 뛰어나다.
건전복은 시장에서 보기 어렵다. 전복은 대부분 생물 또는 냉동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완도의 한 수산물 가공 업체에서 수출용 건전복을 본 적은 있다. 일본 수출용이라 하였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갈 때에 요리사도 함께 갔는데, 그때에 건전복도 챙겨간 기록이 있음을 떠올렸다. 조선의 요리에 전복초라는 것이 있다. 건전복에 간장 물을 더하여 뭉긋한 불에서 졸이는 음식이다. 호텔 중식당의 그 음식과 조리법에서 비슷하다. 전복초는 현재에도 일부 지역에서 폐백 음식으로 쓰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 생전복으로 조리를 한다.
건전복은, 정약전이 맛있다 어떻다 하여도, 전복 생산자에게는 고통의 음식이었다. 전복은 공출이 심한 품목이었다. 제주 같은 곳에서 전복을 한양에까지 올리자면 전복을 말릴 수밖에 없었다. 내장을 빼고 쪄서 말리면 전복의 내장인 ‘게웃’이 나온다. 이는 공출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게웃으로 젓갈을 담그거나 죽을 끓여 먹었다. 제주에서 게웃 음식이 발달한 것은 이 공출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
‘공출의 시대’가 지난 후에도 전복은 귀하디귀한 식재료였다. 고급 일식집에서도 전복회가 몇 점 나오면 ‘실장’이 신경 좀 써주는구나 했다. 1980년대부터 전복이 일부 양식되기는 했지만 그 양은 극히 적었다. 전복 양식 기술이 안정화되어 대량 양식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이제 전복은 대중음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전복을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이 프랜차이즈로 번창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복은 실로 다양하게 요리된다. 아미노산이 풍부하니 감칠맛이 좋고 글리코겐이 많으니 단맛도 충분하다. 정약전이 전복은 포가 가장 맛있다 한 것은 말리면 수분이 달아나면서 이같은 맛 성분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말린 것이든 생이든 국물 요리에 응용되면 그 짙은 아미노산과 글리코겐의 맛이 옅게 퍼지면서 몸을 차분하게 한다. 또 전복은 식감이 퍽 중요한 맛 요소이다. 부드러운 듯 쫄깃함을 살리는 게 포인트이다. 전복 살의 달콤하며 감칠맛나는 고급스러움은 회에서 가장 잘 느껴진다. 이 맛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고추냉이도 초고추장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간장만 있으면 딱 좋다.
전복이 언제 맛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둔감하다. 최근 전복삼계탕, 전복갈비탕 등 전복을 넣은 여름 보양식이 크게 번지면서 전복이 여름 음식인 양 알려지고 있지만, 맛으로 따지면 바른 일이 아니다. 양식 전복은 대부분 참전복이므로 5~6월이 생식 시기이다. 방란과 방정 이전의 전복이 살이 많고 맛있다. 생식 시기 기준이 아니어도, 겨울과 봄의 전복이 특히 맛있다 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의하면 미역을 먹은 전복이 다시마를 먹은 전복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단백질, 회분, 글리코겐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더 쫄깃하며 감칠맛과 단맛이 더 있다는 뜻이고, 그러니 겨울과 봄의 전복이 맛있다는 뜻이다.
제주 어느 바다에서 전복을 통째로 직화에 구워 맛본 적이 있었다. 회 먹는 것에 지쳐 우발적으로 저지른 ‘만행’이었다. 달고 감칠맛나는 살과 씁쓰레한 내장이 한 입에서 요동을 치면서 바다의 깊은 향을 드러내었다. 전복은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하던 ‘귀티’가 난다. 우리 머릿속에 “전복은 귀하다”는 관념이 고정되어 있는 까닭일 것이다. 대량 양식으로 전복이 대중화되고 있으니 그동안의 ‘귀티’를 깨는 일도 해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온갖 전복 요리가 판을 치는 현재로서는 그게 더 ‘귀티’ 나는 일일 수도 있다.

 

 

 

 

전복찜이다. 따뜻할 때보다 한 김 식히면 쫄깃한 식감이 더 살고 감칠맛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건전복이다. 수출용이다. 패각류의 살은 말리는 과정에서 독특한 향을 낸다. 숙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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