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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 맛보다 끼니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5-06-08 조회수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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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 맛보다 끼니 boardView22
내가 어렸을 적 고향 마산에서는 생선회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다들 사시미라 하였다. 이 사시미는 보통의 식당에서는 팔지 않았다. 조그만 일식집의 간판에 그리 적혀 있었다. 1980년에 서울에 이사를 왔더니 여기서도 사시미라 하였다. 어느 틈에 사시미는 사라졌는데, 생선회를 사시미라 불렀다는 것은 그 당시 한국인에게 생선회는 일상의 음식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물회

 

맛보다 끼니

 

 

내가 어렸을 적 고향 마산에서는 생선회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다들 생선회라 하였다. 이 생선회는 보통의 식당에서는 팔지 않았다. 조그만 일식집의 간판에 그리 적혀 있었다. 1980년에 서울에 이사를 왔더니 여기서도 생선회라 하였다. 어느 틈에 생선회는 사라졌는데, 생선회를 생선회라 불렀다는 것은 그 당시 한국인에게 생선회는 일상의 음식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바다 생선의 회를 먹기는 먹었다. 그러나 많이 먹지는 못하였다. 생선은 살려두거나 냉장보관하지 않으면 쉬 상한다. 지금처럼 생선을 수조에 살리는 기술도 없고 운송수단과 냉장설비가 발달해 있지 않은 옛날에 내륙에서 생선회를 먹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들면서 냉장과 운송 기술이 발달하여 내륙에서도 생선회를 먹기 시작하였고, 생선회를 즐기는 일본인들이 그들 식의 생선회 문화를 한반도에 이식하면서 생선회라는 이름의 생선회 문화가 한반도에 정착하였던 것이다.

 

옛날이라 하여도 싱싱한 생선을 접할 수 있었던 해안 지역은 사정이 달랐다. 생선회를 일상의 음식으로 먹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생선의 살을 곱게 발라 접시에 가지런히 놓고는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 호사는 생각할 수 없었다. 가난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잊는다. 한반도 역사상 온 민족이 굶지 않게 된 지가 기껏 4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부 지배계급 외 한반도의 사람들은 늘 굶주렸다. 논밭이 없는 어촌은 더 가난하였다. 어구가 발달하지 않아 생선을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이를 내다 팔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생선회를 먹어도 맛으로 먹은 것이 아니라 끼니로 먹었다.

 

 

어부의 부엌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생선 회칼이 없었다. 뭉툭한 무쇠 칼로 생선의 살을 발라야 했다. 그러니 뼈째 듬성듬성 썰 수밖에 없다. 이를 먹자면 양념이 있어야 하는데, 장독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늘 있어 이를 상에 꺼내어 놓았다. 이 장면은, 날생선을 반찬으로 생각하고 밥 한 끼를 먹는다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과연 먹을 만하겠는가.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날생선 한 토막을 장에 찍어 반찬으로 먹는 일을 상상해보라. 절대 맛있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어부들은 반찬으로서의 날생선을 밥에 올리고 비비는 조리법을 시도하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비빔밥 조리법이다. 푸성귀가 있으면 있는 대로 대충 썰어 보태었다. 비비는 음식이니 간장보다 된장이나 고추장이 나았다.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참기름이나 통깨를 뿌렸다. 개운한 맛을 위해 식초도 부었다. 여기까지의 조리법에 따른 음식을 막회라 한다. 근래에 막회가 외식상품으로 변신을 하여 밥이 빠지고 날생선과 푸성귀, 장을 분리해 상에 올리고 있다. 또 일식집에서 이 막회를 회덮밥이란 이름으로 팔고 있는데, 일본에는 이런 조리법의 음식이 없다.  

 

이 막회에 물을 부으면 물회이다. 여름에 막회를 시원하게 즐기자는 발상에서 비롯한 음식이다. 또 그 양을 늘리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물로라도 배를 불리자는. 물회는 막회와 달리 끼니로서의 음식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살아남아 늘 밥이나 국수가 물회에 말아진다. 

날생선의 그 여린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일본식을 따르는 것이 맞다. 두툼하게 생선의 살을 바르고 비린내를 잡아주는 고추냉이에 감칠맛을 더하는 간장을 찍으면 은근한 날생선의 맛이 입안에 가득 차게 된다. 물회가 생선회+밥의 조합이라 한다면 여기에 해당하는 일본 음식으로는 스시가 있는데, 스시에서도 그 맛을 즐기는 방식은  생선회 크게 다르지 않다. 날생선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해, 물회는 날생선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 강렬한 향의 고추장이나 된장이 물에 듬뿍 풀어져 있는데다 참기름과 식초까지 더해지고, 게다가 양파니 오이니 양배추니 배니 당근이니 하는 푸성귀까지 잘게 썰어져 있으니 날생선의 여린 맛이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물회는 날생선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하는, 그렇게 좋은 조리법의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강한 맛과 향의 음식재료들 속에서 언뜻언뜻 입안을 치는 날생선의 그 여린 맛을 즐기는 한국인이 정말 뛰어난 미각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제주의 자리물회이다. 된장이 국물의 베이스이고 식초를 더하였다. 제주의 물회는 달지 않다. 생선을 맛있게 먹는 요리라기보다 끼니에 가깝다. 별맛 없다면서도 제주에 가면 이 물회를 꼭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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