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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회보다 우럭포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5-06-26 조회수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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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회보다 우럭포 boardView22
휴가철에 친인척 또는 친구 들을 몰고 우루루 바닷가 횟집에 갔다 치자. 해산물에 대해 뭔가 잘 안다는 폼을 잡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자들이 특히 이때에 나서기를 좋아하는데, 원시시대 사냥꾼의 본능이 발동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해산물에 대해 안다는 게, 어부가 아닌 다음에야 얼마나 알겠는가. 대충 이름만 잘 알아도 그 자리에서 폼을 잡을 수는 있다.
 

 

서산 재래시장의 건어물 가게이다. 아주머니가 들어 보이는 해산물이 우럭포이다. 

보는 바처럼 이 지역에서는 우럭포가 가장 흔한 생선이다.

 

 

우럭회보다 우럭포

휴가철에 친인척 또는 친구 들을 몰고 우르르 바닷가 횟집에 갔다 치자. 해산물에 대해 뭔가 잘 안다는 폼을 잡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자들이 특히 이때에 나서기를 좋아하는데, 원시시대 사냥꾼의 본능이 발동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해산물에 대해 안다는 게, 어부가 아닌 다음에야 얼마나 알겠는가. 대충 이름만 잘 알아도 그 자리에서 폼을 잡을 수는 있다. 횟집이면 당연히 광어가 오를 것이다. 광어가 원래 이름은 넙치라는 것, 넙치는 도다리와 다르다는 것, ‘좌광우도’니 하며 이 둘의 분류법을 알려주는 것 정도이면 된다. 좌중의 얼굴을 보고 그 정도는 상식이다 싶게 표정이 좋지 않으면 이제 우럭으로 넘어가면 된다. 광어 옆에 늘 있는 게 우럭이다.

 

헷갈리라고 지어놓은 이름?

“이 우럭은 우럭 아냐” 하는 말로 일단 관심을 끈다. 그러면 혹시 가짜 생선회를 우리가 먹는 것이 아닌가 싶어 집중을 하게 되어 있다. “이건 조피볼락이야. 다들 우럭이라 하는데 원래 이름은 조피볼락이 맞아.” 그렇다. 우리가 먹는 우럭은 대부분 조피볼락이다. “근데 말이야, 우럭볼락이라는 물고기가 또 있어. 이거보다 작고 적갈색을 띄는 거 있지? 흔히 볼락이라 하는 거. 그게 우럭볼락이야.” 이 단계에 이르면 일행들은 뭔 소리를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내 앞에 놓은 우럭이 우럭인지 우럭볼락인지 조피볼락인지, 그전에 먹었던 볼락은 또 우럭인지 조피볼락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럴 즈음에 이 말로 마무리를 하면 된다. “어류 분류학상 그렇다는 것인데, 우리가 알 바는 아냐. 우럭은 우럭이고 볼락은 볼락이지.”

 

한국 어류학자들은 일반인들이 헷갈려 했으면 좋겠다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현실에서 어부들이 쓰는 말과도 다르게 그 이름이 정해진다. 우럭을 두고 “이건 조피볼락이야” 하면 어느 바다에서나 다들 어리둥절한다. 어류학자는 대체 어느 바다에 가서 저 말을 얻어왔는지 궁금하다. 옛 자료를 보아도 우럭이라는 말은 흔히 등장한다. 조피볼락은 1970년대 이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뒤에 괄호를 두어 우럭이라 적고 있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계 따로 대중 따로 놀자는 것이 아니면 이런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우럭은, 조선 후기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에 울억어(鬱抑魚)로 나온다. 우리말 우럭을 한자로 '鬱抑'이라 쓰고 물고기이니 그 뒤에 '魚'를 붙여 표기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검어(黔魚), 검처귀(黔處歸)라고 기록되어 있다. 때깔이 검어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이름으로 한바탕 아는 척을 하였다면, 그 다음으로는 먹는 방식에 대해 또 한마디 거드는 것이 적절하다. “음, 우럭은 말야, 생선회니 매운탕도 맛있지만 역시 우럭포로 해서 먹어야 진미이지.” 마침 서산이나 태안, 보령 등지의 바닷가이면 말만이 아니라 꼭 그 음식을 먹이는 것도 한 요령일 것이다.

 

산지에서는 먹는 법이 다르다.

우럭은 황해에서 잡히는 양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우럭 양식을 많이 한다. 한반도의 양식 생선 중에 30% 정도를 차지한다. 우럭은 자연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임에도 양식이 많은 것은 생선회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한국 외식시장에서 생선회가 주요 아이템으로 급부상을 하였는데, 그 주요 어종이 넙치와 우럭이다. 한국인은 쫄깃한 조직감의 생선회를 좋아하며, 넙치와 우럭이 이 한국인의 기호에 적합하여 주 요 양식 어종이 된 것이다.

우럭은 살이 탄탄하여 '씹는 맛'을 충족시키기에 더없이 좋다. 또, 한국인은 활어회를 특히 좋아하는데, 우럭은 숙성시키지 않아도 감칠맛이 웬만큼 살아 활어회로 내놓기 적당한 생선이란 것이 우럭 양식을 늘리는 데 큰 노릇을 하였다. 생선회 다음에 매운탕을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도 우럭의 ‘번창’에 한몫을 하였다. 회로 뜨고 난 다음 남는 머리와 뼈로 매운탕을 끓여 맛을 낼 만한 생선으로는 우럭만한 것은 없다.

 

우럭 생선회와 매운탕은 도시 소비자의 이야기이고, 우럭이 많이 잡히는 황해를 끼고 있는 도시, 즉 서산, 태안, 보령 등지에서는 우럭 먹는 법이 다르다. 물론 회를 칠 때는 살아 있는 우럭을 쓰겠지만, 기타의 여러 우럭 요리를 할 때에는 말린 우럭으로 한다. 이들 지역의 재래시장에 가면 살아 있는 우럭, 싱싱한 우럭은 거의 없다. 배를 따고 꾸덕하게 말린 우럭만 좌판에 잔뜩 놓여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를 우럭포라고 한다.

우럭포는 우럭을 반으로 갈라 말린다. 비늘 치고 내장 빼고 물로 깨끗하게 씻은 후 소금에 절였다가 다시 물로 씻어 꾸덕하게 말린다. 이렇게 말려두면 몇 달을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이 우럭포는 제사상에도 오른다.

 

우럭포는 찌거나 굽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반찬으로도, 안주로도 그만이다. 두툼하면서 또각또각 입안에서 깨지는 살의 조직감은 우럭이니까 가능하다. 말리는 중에 살은 숙성이 되어 감칠맛도 풍부하다. 우럭의 살에서 큼큼한 갯내까지 맡을 수 있다면, 당신은 미식가라 하여도 된다.

우럭포로 가장 흔히 하는 요리는 우럭젓국이다. 호박, 대파 등의 채소가 든 맑은 탕이다. 간은 새우젓으로 한다. 우럭포의 깊은 살 맛을 느끼기에는 우럭젓국이 제일이다. 그런데, 아쉽게, 이 맛있는 우럭젓국 내는 식당이 태안에도, 서산에도, 보령에도 그다지 많지 않다. 다들 집에서 해먹으니 외식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우럭회가 지겨운 외지 관광객도 많다. 우럭젓국 내는 식당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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